2024.10
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게임의 ‘접근성(Accessibility)’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누구나 장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고,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역시 노력 중인데요. 스마엔의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고 있는 접근성 테스터 고인승님을 소개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인승님의 이야기를 지금 확인하세요!
이 글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게임 접근성과 접근성 테스터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
- 게임 개발 과정에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인 분
Q. 안녕하세요, 인승님!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인승 안녕하세요. 저는 게임 접근성 테스터 고인승입니다. 만 31세로 신림에서 자취 중이고, 취미는 게임입니다. (요즘 가장 즐기는 게임은?) <로스트 아크>요. 스마일게이트 게임이라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정말 <로스트 아크>를 한참 플레이 하던 중 입사했어요.
Q. ‘게임 접근성 테스터’라는 직무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인승 쉽게 말하자면 게임 접근성 테스터는, 누구나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직무입니다.
어찌 보면 게임도 하나의 문화이고, 연령, 성별 등과 무관하게 정말 다양한 분들이 게임을 좋아하고 또 플레이 하세요. 그렇지만 나이가 많아 처음에 적응이 어렵거나, 신체적인 장애로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쉽지 않은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저희는 장애 당사자이자 접근성 테스터로서¹⁾, 현재 신체적인 장애로 움직임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게임 내 필요한 옵션이나 개선 포인트를 찾아 해결책을 제안해드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1) 스마일게이트에는 인승님을 비롯한 여러 접근성 테스터들이 한 팀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각자 시각, 청각(언어), 운동 영역의 장애 당사자 관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의견을 제시해요.
Q. 입사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인승 저는 아예 전공이 달랐죠. 원래 사회복지 분야에서 회계 직무로 근무하다가 작년 9월쯤 잠깐 일을 쉬고 있었어요. 그 때 스마일게이트에서 게재한 게임 접근성 패널 아르바이트 공고로 이 분야를 처음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고 채용 공고 등을 들여다봤어요. ‘23년 연말에 스마일게이트와 장애인고용공단이 연계 진행한 직업 훈련을 신청해 참여한 후 올해 2월 입사했답니다.
Q. 장애인고용공단과의 연계 교육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인승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미리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접근성’이란 무엇인지, 게임 접근성 테스터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찾은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등이요. 직무에 포커스가 맞도록 스마일게이트 그룹 D&I실에서 커리큘럼을 제작하셨고, 강사진도 섭외해 주셨어요.
Q. 연계 교육이 실제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셨겠네요. 요즘은 어떤 업무를 주로 하고 계신가요?
인승 얼마 전에는 현재 자사에서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접근성 테스트를 요청 받아 그 업무를 주로 진행했고요. 그 외에도 구성원분들께서 특정 게임에 대한 접근성 리뷰를 요청해주시면, 저희가 직접 플레이한 후 리뷰를 작성해 내부 게시판에 공유해드리고 있어요. 조만간 ‘24년 두 번째 접근성 공유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표도 최종 준비 중입니다.
Q. 현재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접근성 테스트는 보통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인승 게임 빌드를 전달 받으면, 일단 쭉 플레이 해보면서 저희가 의견을 드릴 만한 화면들을 캡처해서 팀 내에서 의견을 모읍니다. 공유할 화면들이 확정되면 더 자세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그 다음부터 리뷰를 작성해요.
리뷰의 형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전체적인 가이드를 드리는 방식과, 장면별 상세 의견을 드리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운동장애 영역에서는 이 부분에서 양손가락 조작이 어려우니 고려해달라, 라는 의견과 함께 다른 게임의 레퍼런스도 공유 드리는 거죠. 이번에도 두 가지 형식을 모두 담은 자료를 작성해서 현업에 전달 드렸답니다.
Q. 어떤 관점을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하시나요?
인승 저희는 ‘접근성 테스터’인 만큼 게임의 구현 방식 등을 중점적으로 봐요. 리뷰를 맡은 게임과 비슷한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구현 방식을 비교하고 참고할 만한 부분들을 찾죠. 게임 자체의 특징이나 게임성 자체 – 이 게임이 매우 성공할 것 같다든지, 반대로 이 부분은 재미가 없다든지 – 까지 테스트하지는 않아요.
Q. 올해 6월, FPS 장르의 접근성 공유회를 진행해 주셨는데요. 행사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인승 스마일게이트 그룹 구성원을 대상으로 FPS 접근성 공유회를 진행했어요. 첫 공유회 주제로 FPS 장르를 선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 <CROSSFIRE>가 온라인 FPS 게임이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FPS 장르가 특히 어렵기 때문이에요. 저희에게도 도전이었던 거죠.
대표 FPS 게임 몇 가지를 저희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나 참고할 만한 옵션들을 소개했어요. 중점적으로 다룬 영역은 시각, 청각(언어), 운동장애 영역이고, 저는 그중 운동장애 영역을 담당했어요.
Q. FPS 접근성 공유회를 준비하면서 주된 포인트로 가져갔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승
어떻게 하면 다른 유저들과의 형평성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까, 였던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뇌병변 장애로 다른 유저보다 움직임이 느린데, FPS 게임에서는 눈만 깜빡해도 죽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를 도와주는 옵션이 제공된다면 당연히 좋아요.
하지만 콘솔/싱글게임에서 적용 가능한 보조 기기나 자동 입력 같은 옵션들을 온라인 게임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거든요. 온라인 게임에는 랭크전이 있고, 한 끗 차이로 내가 승급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데, 상대가 몸이 불편해서 나보다 좋은 옵션이 적용되고 플레이 과정에서 도움을 받는다면 아무래도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그런 영향을 주는 옵션은 최대한 제외하고 공유하려고 했어요.
Q. 게임 접근성에 대한 논의에서 형평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네요. 인승님은 운동장애 영역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2>, <오버워치2>를 다루셨는데, 어떠셨나요?
인승 일단 <카운터 스트라이크2>에서는 기본적인 토글 옵션은 제공되지만 투척(폭탄, 수류탄 등)에 대한 토글 옵션은 없어요. 키를 눌렀다가 떼면 바로 투척이 되는 방식인데요. 플레이하면서 가령 키보드의 ‘F12’에서 ‘F1’, ‘ALT’, ‘SHIFT’ 등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할 수 있죠.
이때의 장단점은 명확해요. 장점은 손에 경련이 오거나 했을 때에도 의도치 않게 키를 잘못 누를 이유가 없어요. 단점은 행동 반경이 커지면서 입력 시간이 길어지고, 특히 손등, 팔꿈치 등으로 신체의 중심을 잡는 분들은 입력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세가 무너져 내기리도 해요.
<오버워치2>에는 옵션 프리셋이 있어서 영웅 별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요. 캐릭터마다 자신이 원하는 키를 지정할 수 있어서, 제가 선호하는 캐릭터의 키를 몇 개 미리 바꿔서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거죠.
Q. 그 외 다른 게임들에서 또 공유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인승 토글 옵션 중에는 한 번 누르면 계속 입력되는 고정 키 옵션도 소개했어요. 공유회 때 제가 실제로 플레이한 화면과 영상을 비교해서 보여드렸는데요. 저는 게임할 때 엄지와 검지, 중지를 사용하는데, 토글 옵션이 없을 때에는 ‘SHIFT’를 계속 누르고 있어 손 모양이 불편해지고 상황 대처 능력도 떨어져요. 실제로 플레이한 영상에서도 캐릭터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딱딱 걸리는 느낌이 있었죠. 반대로 토글 옵션을 사용하면 조작 범위가 훨씬 넓어지면서 캐릭터도 훨씬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어요.
▲ 토글 기능 사용 전 모양
▲ 토글 기능 사용 후
Q. 이번 10월 공유회의 메인 리뷰 게임은 무려 <리그 오브 레전드>인데요. 공유회 준비를 위해 롤을 많이 플레이 하셨겠어요.
인승 제가 원래 롤은 안 했거든요. 대학교 2학년 때인가 룸메이트가 하길래 북미 서버에서 세 판 정도 연달아서 해봤는데, 아무래도 PvP 게임이다 보니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공유회를 준비하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롤을 시작했어요. 공유회용 자료 준비를 위해 보통 저희 팀원들끼리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필요한 장면을 녹화하고, 그 동영상을 화면 단위로 캡처 하는데요. 롤은 팀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저희가 딱 필요로 하는 상황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애를 좀 먹었습니다.
Q. 공유회 준비에도 우여곡절이 있으셨군요. 공유회 참석을 신청한 입장에서는 더욱 기대가 됩니다. 입사한 이후로 가장 보람찼던 때는 언제인가요?
인승 저희가 하는 일 대부분은 회사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들이지만, 아직 ‘내가 한 일 중 이게 최고다’, 라고 느낀 적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일들을 해나갈 것 같아요.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 (웃음)
Q. 너무 멋있는 말인데요?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인승 내부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의 빌드 테스트에는 참여했지만, 라이브 서비스 중인 자사 게임들은 아직 다뤄보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라이브 중인 게임이라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자사 게임도 한 번 다뤄보고 싶어요.
Q. 개인적인 목표와 커리어의 목표를 이야기해 주세요.
인승 개인적인 목표는 일단 생업을 계속 이어 나가는 거죠(웃음). 돈을 좀 벌고 때가 된다면 실천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긴 해요. 조금 창피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가 아직 해외 여행을 한 번도 못 가봤어요. 세계 일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미국, 영국 등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유로스타도 타보고, 일본의 서브컬처 거리도 가고, 콜라 자판기에서 음료도 한 번 마셔보는 것이 조금 소소한 목표랄까요.
업무적으로는 게임 접근성 테스터라는 직무가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것? 저희 팀이 신생 팀이다 보니 계속 유지되면 좋겠고, 지금은 저희가 국내 유일한 게임 접근성 팀이지만 나중에는 다른 회사들에도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Q. 국내와 해외의 게임 접근성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가요?
인승 해외 국가 중에는 접근성에 대한 법률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해당 분야 전문 컨설턴트도 있어서, 게임이 만들어지는 시점에 그 분들의 자문을 받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국내 게임업계는 아직 태동기인 것 같아요. 게임 접근성 테스트를 전담하는 팀은 현재 스마일게이트가 유일하고, 접근성 관련 의견을 모으는 게시판 운영 등의 활동들이 진행되는 것 같더라고요.
Q. 앞으로도 새롭게 해나가실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항상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하겠습니다!
<끝>
짧은 쿠키
Q.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는 <앨런 웨이크>요. 명작이기도 하고, 제가 처음으로 구매했던 게임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Q. 두 번째도 있나요?
A. <로스트 아크>인데요. 한동안 게임 불감증이 있어서 한두 달 하다가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디아블로도 열심히 폐지 줍다가 말았고요. 그러던 중 <로스트 아크>에 정착해서 2021년부터는 계속했어요. 이렇게 길게 플레이한 게임은 오랜만이에요.
시작한 배경은 정말 단순한데, 인터넷에서 보니 윈터 쇼케이스가 진행되고 있다길래 구경할 겸 유튜브 스트리밍을 봤다가, 금강선 전 본부장님의 발표에…
Q. 아, 역시 빛강선인가요…
A. 그렇게 찍먹만 해보자 했던 게 조금 많이 하게 되었죠. 회사의 기둥까지는 아니더라도, 저기 테이블 위 휴지 정도는 제가 샀을 거예요.(웃음)
<진짜 끝>